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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계단의 왕
지은이 정진호
출판사 비룡소
허울뿐인 권력과 무의미한 일상에 물음을 던지는 유쾌한 우화
‘이야기가 담긴 집을 짓는 그림책 작가’ 정진호 신작!

▶볼로냐 라가치상 2회 수상,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 작가
▶상상력과 유머 감각과 통찰력이 빛나는 현대적 풍자 우화
▶어린이에게는 웃음을, 어른에게는 위로를 전하는 모두의 그림책

아무 일도 하지 않느라 하루 종일 바빴던 계단의 왕, 무의미한 발걸음을 멈추다!

높디높은 나라 임금님의 하루는 멋진 옷을 갖춰 입고 계단을 내려가며 시작됩니다. 앳되어 보이는 임금님은 짐짓 점잔을 빼며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금님이 사는 곳이 무려 92층이나 되는 성 꼭대기라는 거예요. 새 왕이 즉위할 때마다 위엄을 위해 계속해서 성을 쌓아 올리다 보니 92층에 자리하게 되었지요. 비로소 임금님이 1층에 다다르면 이미 해는 꼴딱 져 있습니다. 온종일 ‘알림관’을 통해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퍼붓던 신하들이 이제는 어서 올라가 잠자리에 들라며 임금님을 재촉해요. 내일 또다시 계단을 내려오기 위해서 말이지요. 임금님은 자신을 맞이하는 백성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허망한 발걸음을 돌려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릅니다. 그렇게 임금님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로 권위를 드러내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발 뒷굽이 똑 부러지기 전까지는요.
부러진 굽 때문에 수많은 계단을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오고 고급 솜바지에 구멍까지 나 버린 임금님.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신하들은 저 아래에서 임금님이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이 일로 위엄이 사라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데, 임금님은 처음으로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돼요. 이전처럼 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가는 대신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가면 해가 지기 전에 1층에 도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동안 자신이 원했는지, 누군가 시켜서인지도 모른 채 묵묵히 수행하던 일상의 과업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본 거예요! 자, 이제 임금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