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일본 북 디자인 콩쿠르 2회 선정 작가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는 그림책 장인
주나이다가 전하는 소유와 고독, 관계의 이야기
‘가져오는 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
밤이 되면 거인은 마을로 내려가 집을 한 채씩 옮겨 온다. 그런데 집 주인들은 “친척 집도”, “친구 집도” 옮겨 달라며 다음을 부탁한다. 부탁이 늘어날수록 산 위에는 마을이 만들어지지만, 거인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집이 늘어날수록 거인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마음이 닿는 곳을 찾지 못한 채 더 허전해진다.
『마을 도둑』은 오랫동안 작가 주나이다 안에 머물러 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잠들기 전 스스로에게 되풀이해 들려주던 이야기가 마침내 그림책이 되었다. 주나이다는 “나와 세계를 이어 주는 열쇠는 많을 필요도, 많은 사람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하나,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와 마음이 닿는 어떤 만남이면 충분하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을 도둑』의 서사는 짧지만 단단하다. 거인이 내려가고, 가져오고, 돌아오는 반복이 곧 이야기의 호흡이 되고, 그 리듬은 채우려 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공백을 드러낸다. 거인의 ‘가져오는 일’은 욕심의 행위라기보다 외로움의 표현에 가깝다. 결국 거인은 다시 마을로 내려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거인을 바라보는 한 소년을 만난다. 이 만남은 외로움을 단번에 지우기보다, 거인이 끝내 원했던 것이 ‘더 많은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과의 관계’였음을 조용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