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곧게 뻗은 길을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토끼가 들판을 펄쩍 뛰어 넘어가는 시간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존재할까? 개양귀비가 꽃을 피우고 시들기까지는 며칠이 걸리고, 사계절을 지내며 집 주변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린다. 집은 가만히 자리를 지키지만, 구름은 시간을 타고 유유히 흐르고 그 사이로 태양이 떴다 또 지기를 반복한다.
『네 번의 시간』은 이 모든 과정을 네 장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어떤 시퀀스에서는 첫 번째 이미지와 마지막 이미지 사이에 불과 몇 초의 간격이 있는 반면, 다른 시퀀스에서는 그 간격이 몇 시간 또는 몇 년이 걸리는 현상을 보여 주면서 각각의 상황에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직관하게 한다.
시간이 일상에 작용하는 방식과 변화의 힘에 대하여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베어 먹는 시간, 배가 익을 대로 익어서 썩어 가는 시간, 달팽이가 더듬이를 세우고 열심히 갈 길을 가는 시간과 새가 둥지를 짓고 그 자리에 알을 낳아 새끼 새를 먹이고 키우기까지, 그리고 한 마을에 건물이 들어서고 도시가 되어 가는 데 걸리는 시간들. 시간이 존재와 사물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여 그것들을 변화시키고, 또 어떤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지, 『네 번의 시간』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 움직임, 변형, 변신의 순간을 네 장의 장면으로 갈음해 보여 준다. 시간은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시간을 경험하는 주체와 방식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압축되기도 한다는 시간의 탄력성 개념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긴 시간을 거슬러 나온 결과임을 발견한 순간, 각각의 변화와 변형에 소요된 시간의 길이를 인지하고 그 과정을 돌이켜 본 순간, 시간이 우리를 둘러싸고 얼마나 가변적으로 움직이고 존재하는지 목도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네 번의 시간』의 장면 한 장 한 장에는 수많은 감탄과 경이로움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