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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지은이 김복희
출판사 사계절
“어린 친구 하나가 조그만 목소리로
혹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를 그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른 오전의 서점에 홀연히 나타난 어린 심판관과
그 마음에 닿기 위해 쩔쩔매는 한 어른의 이야기
김복희, 이명애가 지은 사랑에 관한 시그림책

이른 오전, 조용한 서점에 홀연히 나타난 어린 친구의 엉뚱한 부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그만 목소리로 다가와 “혹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를 그려줄 수 있는지”를 묻는 아이를 위해 어른인 화자가 기꺼이 펜을 집어 들지만, 단서 하나 없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를 종이 위에 구현해내는 건 생각보다 막막하고 진땀나는 도전이다.
시집 『스미기에 좋지』에 수록된 김복희 시인의 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가 이명애 작가의 드로잉이 더해져 한 권의 아름다운 시그림책으로 태어났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새가 아니라, 이름 모를 가장 멋진 새를 그려달라는 아이의 터무니없는 요청과 이에 진심으로 응답하려는 어른의 교감이 따듯하게 담겼다.

“저… 이 상자 알아요. 이 상자에는 이미 양이 있어서
새랑 같이 있기 힘들 거 같아요”

화자인 어른은 스마트폰 검색창을 띄워 황새, 왜가리, 독수리 등 온갖 화려한 새들의 이미지를 들이밀어보기도 하고, 급기야 『어린 왕자』 속 조종사처럼 보이지 않는 양이 든 '상자'를 그려내며 어른만의 능청스러운 기지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 상자에는 이미 양이 있어서 새와 같이 있기 힘들다”는 아이의 논리 정연한 거절 앞에서는 그만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날개가 큰 새, 부리가 날렵한 새, 종이비행기처럼 생긴 새 등 손이 아프도록 수많은 새를 그려보지만, 앵무새는 싫고 공작새는 징그럽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어린 친구 앞에 선 코믹한 어른의 모습이 줄곧 웃음을 유발한다.
이명애 작가는 이 빈틈없는 대화의 리듬을 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포착한 연속 드로잉으로 생생하게 살렸다. 오전의 조용한 서점을 즐기러 일찍 움직인 화자에게 이 어린 친구의 요청은 웬 날벼락인가. 마치 바쁜 세상의 아침에서 둘만 다른 장소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서점 안 풍경 묘사와 인물 간의 눈빛, 둘 사이를 사뿐히 가볍게 날아다니는 비정형의 새 드로잉들이 그림책 한 권을 풍요롭게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