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헤이그로 향한 73일간의 은밀한 여정,
그 길 끝에서 건네는 한 소년의 간절한 인사
“굿바이, 시 유 어게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인촌에서 엄마와 살고 있는 안드레이, 조선 이름 한용남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버겁다. 새벽부터 일어나 당근 밭을 일구고 난 후에는 양조장으로 출근해 박씨 아저씨의 일을 돕는다. 조선 노비였던 아버지는 용남이 어렸을 때 블라디보스토크 항에서 배에 물건을 싣는 일을 하다가 추락사했다. 끝까지 시신을 찾지 못했기에 어딘가에 살아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얼마 전부터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용남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버지가 남긴 세계 지도를 들여다본다. 언젠가는 배를 타고 먼 곳으로 가 드넓은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길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제삿날 밤 양조장 박씨 아저씨가 피살당한다. 양조장에서 일할 때 알게 된 페치카 아저씨(최재형)의 소개로 고기를 가공하는 공장으로 출근하게 된 용남은 그곳에서 박씨 아저씨의 친구였다는 이상설을 만난다. 그로부터 박씨 아저씨의 죽음이 조선 독립운동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상설은 용남과 용남의 어머니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이 작품은 고종황제의 밀명을 받아 네덜란드로 향한 ‘헤이그 특사단’을 소재로 한 팩션이다. 제목으로 쓰인 ‘73일’은 특사단이 조선을 떠나 본격적인 외교 활동을 끝낼 때까지 걸린 실제 임무 기간으로 1907년 4월 22일 이준 열사가 남대문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탑승한 날로부터 3인의 특사단이 만국평화회의장 입장 거부를 최종 통보받은 7월 3일까지를 헤아린 숫자이다.
가상의 인물인 주인공 용남의 시선을 통해 러시아로 이주해 살아남았던 당시 한인들의 애환과 일본의 온갖 계략 속에서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헤이그로 향했던 특사단의 활약이 소설적 상상과 재구성을 통해 마지막까지 긴박하고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