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푸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처한 복잡다단한 현실과 고민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 온 은이결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2.5층 너머로』가 출간되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후 남겨진 이들의 마음과 삶의 궤적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친구의 실종과 죽음이라는 소식을 맞닥뜨린 주인공 아진이 보낸 애도의 시간과 작별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형상화했다. 타인의 불행이나 부재가 너무 쉽게 잊히거나 가십으로 소모되는 시대에, 떠난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려 애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다시 쓰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납득하기 힘든 불행이 찾아왔을 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 묻고 죄책감을 갖기 쉬운 아이들 곁에 선뜻 다가가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도 소중한 것들을 지켰으면 좋겠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아진은 학원도 그만두고 세나를 기다리는 데 몰두한다. 휴대폰을 손에서 한시도 떼어 놓지 못하고, 비만 오면 조바심이 나서 우산 하나를 더 챙겨 거리를 쏘다닌다. 하지만 진규가 멀리서 가져온 소식은, “기다렸지만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마을과 뚝 떨어진 인적이 드물고 외진 곳에서 세나의 주검이 발견된 것이다. 아진은 남은 학기 동안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지만, 사실 마음은 금이 갈 듯 얇아져 위태로운 상태이다. 누구와도 세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고립감을 느끼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세나에 관한 소문을 무신경하게 떠들어 대는 걸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아진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원망한다. 세나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느낀 작은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그 애가 내민 절박한 손을 마주 잡지 않은 것에 죄책감을 가진다. 동시에 자신에게 슬퍼하고 그리워할 자격이 있는지 자꾸만 되묻는다. 세나의 소식을 들은 후 아진의 시간은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여름에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꼬박 1년이 지난 후 다시 맞이한 여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상처는 심하게 덧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진은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며 동네를 서성거리고, 집 옥상으로 난 2.5층의 계단참에 앉아 ‘너’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내면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세나와의 추억들은 손톱 거스러미처럼 일어나 자꾸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진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의 편린을 모아 세나를 선명하게 기억하려 애쓴다. 세나가 좋아하던 것, 하고 싶어 했던 일, 갖고 싶어 한 것, 꿈꾸던 미래의 풍경같이 나중으로 미루다가 이제는 아예 닫혀 버린 가능성의 세계를.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세나에게 사과하는 방법”이라고 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2.5층에 머물며 웅크리고 있는 아진에게 친구인 진규, 은제를 비롯한 가족, 이웃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아진은 진규와 함께 세나를 추모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현실판 SNS 같은 상가 주택 이웃들의 사정에 얽혀 소동에 휘말리기도 하고, 절친 은제와 마음의 짐을 나누기도 하면서 차츰 회복된다. 충분히 애도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보낸 후 아진이 발견한 것은 자신에게 뻗어 오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의 빛줄기들이다. 과연 아진은 2.5층 너머로 다가올 내일을, 다음 여름을, 타인과의 진심 어린 연결을 다시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