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모른 채 가해자가 되던 날
‘기억의 창고’가 열렸다!
비룡소·살림 문학상 수상작가 박하령 화제작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2016년 책따세 겨울방학 추천도서
청소년의 현재를 짚는 작가 박하령의 《기억을 빌려줄게》(전면개정판)가 출간됐다. 2016년 선보인 《기필코 서바이벌》을 새롭게 다듬은 이번 개정판은, 학교 폭력과 집단 심리라는 현실적 문제 위에 ‘기억’이라는 강력한 장치를 결합해 한층 깊어진 서사를 선보인다. 특히 온라인 공간 ‘기억의 창고’라는 설정을 통해 타인의 기억을 빌려 자신의 삶을 다시 구성하려는 주인공의 필사적 노력을 담아냈다.
주인공 장세란은 학폭 가해자라는 누명을 쓰고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오해를 벗으려 발버둥 치지만 몸과 마음은 더 깊이 가라앉는다. 진실을 쫓던 세란은 누군가의 행복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 ‘기억의 창고’를 발견하고, 타인의 기억을 빌려 무너진 하루를 견딘다. 세란은 누명을 벗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마다 살아남으려는 고군분투
진정한 사과와 화해를 위하여
소설에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남으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세란은 물론이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시영, 가족의 압박에서 도망치려는 하늬, 내면 깊숙이 숨어 버린 수림, 거짓말의 악순환에 빠진 윤미가 그렇다.
이 소설은 피재자의 ‘복수’에 집중하지 않는다. 인물 간 관계와 사건의 인과를 더욱 정교하게 엮어 가해와 피해를 넘어 진정한 사과와 화해로 나아간다. 그 사이사이 사라진 친구의 수첩, 삭제된 휴대폰 기록, 이니셜로 남겨진 단서를 쫓는 과정 같은 장치는 긴장감을 더한다. 가해자 송윤미, 피해자 장세란과 주수림, 그리고 방관자였던 이시영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고통을 울음으로 게워 내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박하령 작가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해피엔딩이 시작됨을 역설한다. 저마다의 곤란과 역경 속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새로우면서 발랄한 해법을 알려 준다.
《기억을 빌려줄게》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에게도 묻는다. 지금의 나를 만든 기억이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기억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타인의 기억은 잠시 나를 버티게 해 줄 수 있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내가 마주한 진실에서 나온다고. 더불어 작가는 힘주어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으며, 우리는 부지런히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길은 찾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